엄마, 산타는 없지요?

2017.05.17

그래서 선택한 오늘의 책. 《사자삼촌》

얼마 전, 고등어군이 우연히 호루라기 하나를 갖게 되었다. 저녁 일곱 시가 넘은 깜깜한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득템’한 것이 좋았는지 계속해서 불어댔다. 그 모습을 보시던 외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고등어군아,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온다.”

그러자 고군이 말끔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내가 키득키득 웃으며 아이들 외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너무 올드한 말씀이신 거 아녜요?”

그렇지 않은가. 어릴 적 시골 마을에서 살았던 아이들 외할아버지야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온다는 말이 꽤 그럴듯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정말 창호지 문틈으로 뱀이 기어들어 올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사는 요즘 아이들에겐 당최 뱀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온다는 건지 의문이 일 법한 말이 아닐까.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오랜만에 이야기할 상대가 생겨서 신난 듯 고등어군에게 말을 이었다.


“옛날에 할아버지의 할머니가 그러셨거든? 밤에 피리 불면 몽당귀신이 뱀 불러들인다고. 진짜야. 뱀 나온다니까?”

외할아버지의 눈이 커지자 고등어군도 함께 눈이 동그래진다. 사실 나는 고등어군이 나처럼 “에이, 거짓말!”이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사뭇 진지하다. 그러더니 창가를 살핀다. 아이의 모습에 순간, 이 그림책이 떠올랐다.



<사자삼촌>! 고등어군 같은 녀석이야말로 《사자삼촌》의 사자삼촌을 믿는 게 아닐까? 미리 말해두지만 그렇기에, 멋지다!



《사자삼촌》의 주인공 솔이는 미술시간 주제에 맞춰 가족그림을 그린다. 물론 사자인 삼촌도.



‘개’를 그린 거냐고 묻는 선생님에게 솔이는 당당히 “사자 삼촌”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딱 잘라 말한다. 삼촌이 사자일 수는 없다고. 친구들 역시 솔이를 놀려대며 비웃는다.



모두가 솔이의 말을 믿지 않는 그때, 친구 ‘진이’가 다가온다. 사자삼촌을 만나고 싶다면서 말이다.



솔이는 진이와 함께 집으로 간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가서,



진짜 사자삼촌과 만난다! 거짓말 같던 이야기가 진실로 나타나는 신나는 순간이다.


이야기는 사자삼촌이 생일을 맞아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마무리 된다. 사자삼촌 친구들의 정체는,



이러하다. 진실로 받아들인 마음에 대한 보답이 얼마나 즐거운가!


언젠가 고군이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 친구 땡땡이가 그러는데 산타 할아버지는 없대. 걔네 형이 그랬대. 진짜 없지? 그치?”

아무래도 일곱 살 즈음이 되니 다른 이들을 통해 산타의 존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나 보다.


난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글쎄? 산타가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지. 그렇지만 엄마는 네가 믿으면 산타는 있다고 생각해. 다만 눈에만 잘 띄지 않을 뿐이지. 한 가지 비밀 알려줄까? 엄만 어른이지만 여전히 산타가 있다고 믿어!”

그러자 고등어군이 씩 웃는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사실 나도 그래!”

아이에게 가짜를 믿으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그 마음을 믿으라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이처럼 ‘믿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침이 되자 고등어군은 호루라기부터 집어 들었다. 창문이며 현관을 다시 한 번 살펴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이제 불어도 되는 거지?”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 나서 호루라기를 불었다.


아이의 마음을 지켜주고 이해하는 방법은 의외로 아주 쉬운 것 같다.



* 이렇게 읽었어요!


- “솔이의 말은 사실일까?”라고 물어봤어요.


선생님이 삼촌은 사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고등어군에게 “정말 사자 삼촌은 없을까?”라고 물어봤어요. 아이는 “있을 것 같아!”라고 당당히 대답하더라고요. 아이의 반응에 맞장구를 쳐주는 것도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이 되는 것 같아요.


- 사자 삼촌의 친구들 손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왼쪽 위, 첫 번째에 있는 손은 누구일지 상상해봤어요.


그림책 마지막에 사자 삼촌의 친구들인 펭귄, 뱀, 새 등이 함께 파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문을 두드리는 장면, 왼쪽 위 첫 번째에 있는 손은 누구의 손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한참을 찾던 저와 아이는 결국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요. 혹시 선생님이 변장한 손은 아닐까, 몰래 온 다른 친구는 아닐까 하면서요. 아마도 이건, 독자가 믿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진실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려 넣은 손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정설아- 글 정설아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였으며 《황금 깃털》로 제8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으면서 동화작가가 되었습니다. EBS 유아프로그램‘ 천사랑’의 작가로 활동하였고 동화모임 ‘꿈꾸는꼬리연’에서 여러 그림책과 동화책을 냈습니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해 매일매일 생각하고 상상하며 어른과 어린이가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짓고 있습니다.


사자삼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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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사자삼촌

저자 : 김소선

출판 : 책고래

출간일 : 2017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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