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도서관 최초의 국학 특화 도서관 <어린이 청소년 국학도서관>

2019.06.21

미래 지향의 역사 인식이 중요한 때이다. 특히 세대를 이을 주인공들인 어린이 청소년들을 바른 역사 주체로 자라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때이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국학 특화 도서관을 만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지난해 12월 14일 개관한 어린이청소년국학도서관(도서관장 안소현 사서) 이야기이다. 종로구의 특별한 문화 공간으로 출발한 공공 도서관 최초의 국학 특화 도서관이다. 국학 특화라는 이런 성과는 우리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한 높은 관심을 수렴한 결과이다.

 





4호선 혜화역(4번 출구)에서 마을버스로 이동, 성균관대학교 후문 정류장에서 내려 반대 방향으로 1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다. '성균관'에서 가까운 도서관이란 점이 역사적 깊이를 더하기에 '성균관'에서부터 걸어 방문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공자(孔子)에게 제사 지내는 사당인 대성전 및 교육 공간인 명륜당 등으로 이루어진 '성균관'은 고려의 중앙 유교 교육 기관인 '국학'을 계승한 국가 기관이었고 국학은 우리의 말과 글,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형성된 모든 한국적인 것을 뜻한다.

 



이 두 개념에 걸맞게 도서관은 주요 국학 전문 기관과 동양학자 김용옥 교수 등에게 자문하는 등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영인본 자료와 한국국학진흥원, 수원화성박물관 등에서 관련 자료들을 기증받았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쓴 한글 현판과 도서관의 뜻을 살릴 인물들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눈길을 끈다.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이지만 어른들도 이용할 수 있다. 전체 4500여권의 책 중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책과 어른을 위한 책이 반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도서관에는 몇 가지 특별한 면이 있다. 카페처럼 꾸며진 모던한 개방형의 80석의 열람실이 그 하나이다. 어린이 자료실은 온돌 마루에서 자유롭게 책 읽고 상상할 수 있는 파격적 공간이다. 책 읽어주는 나무와 유아학습시스템이 구비되어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고 놀이할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해서는 각 연구소의 국학 관련 자료들을 찾을 수 있는 검색용 태블릿PC들을 마련했다. 고전 자료들과 관광 정보, 지리 정보, 학습 한자들을 퀴즈식으로 접할 수 있는 스마트 스터디보드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국학 관련 강연 및 교육, 토론을 위한 세미나실도 갖춘 이 도서관은 열린 도서관을 목표로 한 가운데 특별 기획 도서들을 선별 비치해 전문성을 높였다. 국학의 대표자인 단재 신채호, 위당 정인보 선생 등의 원전 자료들이 그것이다. 민족의 미래를 위해 누구보다 고민했던 단재 선생은 식민사학에 대항해 자유롭고 소신 있게 생각하고 행동한 사학자였다. 목숨 걸고 진실을 기록한 사관(史官) 정신의 계승자라 할 수 있다. 영국인인 어니스트 베델(1872 - 1909)이 발행한 대한매일신보의 주필과 국채보상운동 단체와 신민회 등의 주요 인물로 활약한 단재 선생은 독립을 위해 헌신한 열혈 지식인이기도 했다. 조선상고사를 통해 국사(國史)라는 개념을 제시한 단재 선생은 역사를 세계사와 조선사로 나누고 민족의 전체 과거를 총체적으로 서술하는 국사의 정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위당 (정인보)선생은 단재 (신채호)선생을 이은 민족사학자이자 시조작가, 성리학과 대비되는 또 다른 유학인 양명학을 연구한 학자였다. 위당 선생에 대해 말할 때 반드시 거론해야 할 점은 그 분이 성호 이익 선생과 다산 정약용 선생과 같은 실학자들과 맺은 인연이다. 성호와 다산의 저술에 대한 심혈을 다한 정리가 선생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정조(正祖) 관련 자료인 화성원행도, 혜원(신윤복) 풍속도첩, 단원(김홍도) 풍속도첩, 단종(端宗) 관련 화첩인 월중도(越中圖), 정조 빈전혼전 도감 의궤, 정조 부묘 도감 의궤 등 조선 시대 왕실의 귀한 역사 자료들도 중요 기록물들이다. 역사 코너에는 삼국유사와 삼국사, 규장각 소장의궤 해제집, 대한매일신보 등의 자료 등 국학과 관련된 한국사의 주요 저작들과 60여 종의 세계사 책들이 함께 비치되어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 장서를 꾸준히 늘리고 국학에 맞는 강연과 세미나 등을 마련해 소통과 창의의 터를 만들겠다는 것이 도서관의 장기 계획이다. '성균관' 명륜당 뒤쪽의 존경각(尊經閣)이란 도서관을 생각해본다. 존경(尊經)이란 유교 경전을 존경한다는 뜻으로 오늘날 이 단어는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명: 明>으로 바꿔 이해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이란 소설에서 말했듯 도서관은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한 곳이다. 어린이청소년국학도서관의 오랜 점등(點燈)을 기원한다.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kiki78k/22154345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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